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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공시/서비스

일본, 800조원 규모 對美 투자 펀드 가동 본격화

조선비즈 2026/02/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해 온 5500억 달러(약 796조원) 규모 미일 공동 투자 펀드가 첫발을 뗐다.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본인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일본과 조성할 5500억 달러 규모 투자 펀드 첫 지원금이 “오하이오주 가스 발전소 건설, 조지아주 핵심 광물 채굴 사업, 텍사스주 액화천연가스 시설 확충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이 세 곳은 모두 미국 에너지 안보 핵심 거점이다. 트럼프 대통령 정치적 기반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부 공업 지대) 일대와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투자가 “강력한 관세 압박이 거둔 승리”임을 강조하며 일본 자본을 활용한 미국 제조업 재건을 공식화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대상 기업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양국이 맺은 무역 합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산 자동차에 부과하려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춰주는 조건으로 55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투자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소비 시장 미국에서 경제 핵심 자산인 자동차 산업을 지키기 위해 거액을 내놓기로 결정?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 펀드가 일본 자본이 미국 내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에 투입되는 관문이 되도록 설계했다.특히 이번 발표는 다음 달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나왔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동맹국 자본을 미국 본토로 강제 유입시켜 에너지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트럼프식 실용주의 경제 외교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단순한 시장 개방을 넘어 우방국 자금력까지 동원해 미국 산업 경쟁력을 복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번 투자는 다카이치 일본 총리에게도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선거에서 역사적인 대승을 거둔 다카이치 총리는 유세 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 보수주의 가치관에 공감하며 강력한 미일 동맹을 강조했다.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미국 요구를 수용해 안보 협력과 관세 혜택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매체들은 두 나라 정상이 다음 달 회담에서 이번 투자 펀드 출범을 공식 선언하며 경제 결속을 과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대미 투자 압박에 부응하면서도 실익을 챙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번 펀드가 고위험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인프라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펀드 구조를 보면 일본 정부가 직접 현금을 투입하는 비중은 전체 1~2% 수준에 불과하다. 대신 일본국제협력은행과 일본무역보험이 제공하는 대출이나 보증을 통해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일본 금융권이 짊어질 재정적 위험을 줄이면서도 미국 투자 요구 수치를 맞추려는 일본식 대응 전략이다.하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 이행 조건 역시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두 나라 합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투자 프로젝트를 낙점할 경우 일본 측은 45영업일 이내에 자금 집행을 끝내야 한다. 만약 일본이 투자를 거부하거나 이행을 늦추면 미국은 즉시 관세를 원상 복구하거나 투자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 일본 정부로서는 일단 약속을 한 이상 미국 측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족쇄에 묶였다. 아카자와 장관은 워싱턴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나 사업 위험 분담 방안을 논의했으나 양측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독촉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압박 카드로 활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는 지난달 26일 한국에 자동차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며 투자 합의가 이행되는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을 향해 약속한 자금을 제때 내놓지 않으면 언제든 보복 관세의 칼날을 휘두르겠다는 경고라는 평가가 나왔다.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한국과 일본을 번갈아 압박하며 더 많은 투자와 빠른 이행을 끌어내려는 전술이다. 한국 정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공개적인 불만 제기에 대응해 대미 투자 이행 현황을 점검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놓였다.

유진우 기자 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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